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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홍성태 이메일 hyerinoj@daum.net
작성일 2022.12.11 조회수 67
파일첨부 오베들레헴작은골.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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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하게 불러보는 성탄절 노래



길을 가다 우연히 듣는 노래에 옛사랑의 추억이 소환되는 경우가 있다. 연애하던 시절 함께 들었던 음악은 물론이거니와 (애써 찾아 들은 것도 아닌데) 그 즈음 유행했던 노래들이 그러하다. 의지와 상관없이 우리 안에 저장된 기억의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음악의 농간인데, 그중 갑은 크리스마스캐럴이다. 한 두 마디 말로 짚어내기 어려운 크리스마스 느낌을 살려내는 것은 시즌이 되면 가는 곳마다 귀에 걸려드는 캐럴메들리이다. 어릴 적 산타클로스를 소환하고, ‘올해도 솔크(솔로 크리스마스)네’ 외로운 감정에 부채질하고, ‘벌써 한 해가……’ 흘러가는 시간의 감각을 일깨운다.

뭔가 들뜨고 한 편으로 차분해지는 크리스마스 느낌 자체가 좋고 나쁜 것은 아니지만 본말이 바뀐 것은 분명하다. 성탄절의 주인공을 찾아볼 길은 없다. 돌잔치에 가서 보는 주인공 아기의 딱한 신세 같다. 불편한 한복, 낯선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흥청망청 시끄러운 분위기에 울고불고 하다 지쳐 잠든 아기 말이다. 오랜 만에 만난 친구들의 근황 나누는 목소리, 술잔 부딪치는 소리, 이벤트 회사에서 나온 사회자의 쩌렁쩌렁한 마이크 울림만 요란하다. 아기는, 주인공은 어느 구석 유모차 안에서 불편한 잠으로 이 피곤한 시간을 견디고 있다.


오 베들레헴 작은 골 너 잠들었느냐 별들만 높이 빛나고 잠잠히 있으니
저 놀라운 빛 지금 캄캄한 이 밤에 온 하늘 두루 비친 줄 너 어찌 모르나(찬송가 120장 1절)


하나님이신 예수님이 인간 역사 속으로 들어오시던 날, 세상은 잠들어 있었다. 단지 생물학적 잠이 아니다. 영적으로 깊은 잠에 빠져 그렇게 기다리던 메시야가 오심을 알아채지 못한 것이다. 베들레헴 마구간에서, 가난한 부부의 아들로, 그것도 혼전임신이라는 소문 속에 태어난 아기가 메시아일 리가 없다. 영적으로 깊이 잠 든 사람들의 눈에는 그러했을 것이다. 어둠 속에서 깜박이던 별들만이 이 엄청난 출생을 알아채고 경이로움으로 더 밝고 높게 빛났을 것.

2022년, 다시 돌아온 성탄절. 백화점 건물 외벽에, 교회의 높은 십자가에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이 화려하다. 아파트 입구에 서있는 소나무까지 번쩍번쩍 반짝반짝 조명 옷을 칭칭 감고 있다. 이렇게나 화려하고 캐럴이 장르별로 울려대며 시끌벅적하지만 2022년 성탄절에도 영적 수면상태는 여전한 것 같다. 아니 영적 어두움의 깊이는 화려함과 요란함에 정비례하는 듯하다. 베들레헴이니 마구간이니 하는 가난하고 낮고 천한 것들은 이제 ‘을’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곁에 있다. 누구도 ‘을’ 되길 원치 않는다. 믿는 우리는 하나님의 힘을 빌려 ‘갑, 갑의 갑, 갑 위의 갑’으로 가길 욕망한다. 여전히 세상은 죄의 깊은 잠에 빠져 있고, 예수그리스도의 평화와 생명은 주목받지 못한다.


온 세상 모든 사람들 잠자는 동안에 평화의 왕이 세상에 탄생하셨도다
저 새벽별이 홀로 그 일을 아는 듯 밤새껏 귀한 그 일을 말없이 지켰네(2절)


율동과 연극 연습을 하고 선물교환용 선물 준비에 분주하지만 이 날이 기리는 바로 그것에 눈 뜨지 못한 사람은 ‘선물’ 받지 못한 사람이다. 돌잔치의 들뜬 분위기를 즐기며 먹고 마시지만 ‘나는 누구이고 여긴 또 어디인가’ 자기 인식과 현존 감각이 없다. 3절 가사의 ‘주 오심을 모르는’ 사람은 자기 동네 마구간에서 하나님의 아들 예수님이 태어나셨는데 잠이나 쿨쿨 자는 사람이다. 육신을 입은 하나님께서 갈릴리 호수를 거니는 동안 그 곁을 바삐 지나쳤을 뿐 메시아를 알아보지 못함이다. 그리고 우리 자신이다. 캐럴에 흔들거리고, 그러다 조금 쓸쓸함에 젖어 성탄절 보내나 정작 그 주인공의 마음에는 관심 없는 우리이다.


오 놀라우신 하나님 큰 선물 주시니 주 믿는 사람 마음에 큰 은혜 받도다
이 죄악 세상사람 주 오심 모르나 주 영접하는 사람들 그 맘에 오시네(3절)


성탄으로 시작한 성육신은 십자가와 부활로 향해간다. 그것은 ‘죄’ 사함을 위한 예수님 희생의 여정이니 간절함으로 4절을 노래할 수밖에 없다. ‘오 베들레헴 예수님 내 맘에 오셔서 내 죄를 모두 사하고 늘 함께 하소서’ 내 마음, 그 마구간보다 더 비좁고 악취로 가득한 곳일지언정 그분을 모셔야겠다. 반짝이는 성탄 트리와 흥겨운 캐럴 메들리에 취해 잠든 영혼을 깨워 조금 다른 성탄 노래를 불러보자. 보일 듯 말 듯 높게 빛나는 별빛처럼 고요하게 성탄 찬송을 불러보자. 성탄 찬송의 가사 한 구절 한 구절을 진지하게 부르다 진짜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게 될지 모른다.

어떤 이의 블로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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